하재연의 시에서 “나는 길게 누워 있는 섬 위의 저녁 구름에 / 서린 분홍 같은 것이었다가”(「한 사람」)와 같은 구절은 같은 작품의 “미래에서 자고 있는 내 아이의 꿈에 / 들려오는 자장가 / 들어본 적 없이 떠오르는 / 노래의 끊어진 마디들”이라는 구절과 발화 방식이 다르다. 언어가 결합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파생되는 원리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독자의 기억을 매개하는 언어가 될 수도 있고, 일상 또는 사전적 의미에 기대어 특정 의미를 조립해내고 있는 문장일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낯설게 결합하고 있는 “나의 목소리는 / 한없이 당신의 목소리와 겹쳐져서 / 이어지다가 시작된 철자로서 끝이 나는 나의 이름을 / 허공에 그리며 사라져갔습니다.” (「해변의 아인슈타인」)와 같은 문장은 실재하지 않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