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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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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syzygy / 신해욱(문학과지성사, 2014) 체인질링 영물들에게 둘러싸여 눈부신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동심원들이 찰랑거렸습니다. 깊이 깊이 아주 깊은 데까지 젖은 돌이 이쪽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습니다. 바꿀 것이 있는데 나의 아름다운 악몽은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지평선이 없었습니다. 시집 『생물성』과 마찬가지로 신해욱의 시집은 시집의 첫번째 시에서 이후 시에 대한 많은 단서를 제공해준다. 김소연 시인의 설명처럼(「헬륨 풍선처럼 떠오르는 시점과 시제」, 『생물성』, 문학과지성사, 2009. 발문 中) 신해욱의 시는 연과 연 사이에 깊은 계곡이 흐른다. 아득한 시차가 느껴지기도 하고, 앞 연의 의미가 뒤따라 오는 연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아, 의미의 이해가 지연되기도 한다. 위의 작품은 '영물 - 동심원 - 젖은 돌 - 악몽 - 지평선', ..
[시집] 생물성 / 신해욱 (문학과지성사, 2009) 축, 생일 이목구비는 대부분의 시간을 제멋대로 존재하다가 오늘은 나를 위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나는 정돈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나는 내가 되어가고 나는 나를 좋아하고 싶어지지만 이런 어색한 시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점점 갓 지은 밥 냄새에 미쳐간다. 내 삶은 나보다 오래 지속될 것만 같다.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누군가의 꿈속에서 나는 매일 죽는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있는 얼음의 공포 물고기 알처럼 섬세하게 움직이는 이야기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지 못한다 몇 번씩 얼굴을 바꾸며 내가 속한 시간과 나를 벗어난 시간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꿈을 대신 꾸며 누군가의 웃음을 대신 웃으며 나는 낯선 공기이거나 때로는 실물에 대한 기억 나는 피를 흘리고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