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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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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사랑과 교육 / 송승언(민음사, 2019) 좋은 날이야 산책하기 좋은 날이다 정말 어느 날의 잠에서 깨어나 떠올린 기억이 어느 날의 산책이 아니라 산책 없이 헤어진 날 들었던 너의 목소리라면 그것은 사랑이다 - 「사랑과 교육」 中 내가 『철과 오크』를 읽었던가? 기억나지 않는 일이다. 어쩌면 『사랑과 교육』도 꼭 그럴 것만 같다. 그러나 나는 그의 시 「사랑과 교육」을 좋아한다. ‘사랑’과 ‘교육’의 강제적 결합이 교집합을 매개로 형성하는 비유도 적당하다고 본다. '사랑의 교육'에 비해 훨씬 근사한 제목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송승언의 시에는 다른 시인들의 작품과 구별되는 그만의 섬세함이 있다. 하나의 사건 또는 경험에 대해 다른 사람들 보다 몇배는 많은 시적 국면을 발견한다. 동일한 사건 또는 경험을 시로 표현 가능한 최소단위로 쪼개는 ..
[시집] 밤과 꿈의 뉘앙스 / 박은정(민음사, 2020) 얼룩진 체온을 닦아 주어도 내일이면 바닥으로 흐르는 몸들 - 「아가미의 시절」 中 이곳은 미세먼지가 나쁨인 초여름의 빌라, 너와 나의 거리는 일정하게 움직인다. - 「구(球)」의 첫문장 꽃병의 물이 썩어 간다 - 「악력(握力)」의 첫문장 박은정의 시는 첫문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말은 단순히 시의 맨 앞에 있는 문장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화자의 최초의 인식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첫문장이다. 이 문장을 통해서 시인은 화자가 머물고 있는 특정 맥락 속에서 화자의 인식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나는 「구(球)」와 「악력(握力)」이 박은정의 작품이 구성되는 원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두 작품은 시의 문장이 구성되는 방식이 동일하다. 가장 의식적인 문장은 첫문장이고, 이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