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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시집

[시집]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 김언 (문학동네)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 김언

김언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을 읽었다. 그의 작품에는 신파가 없다. 작품이 쓰여지기 이전의 경험 세계를 작품이 쓰여지는 공간으로 진입시키며 철저하게, 그렇지만 세련되게 통제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이 개성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작품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정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감정적 인과를 마치 필연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접속사에 집착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작품은 나의 의지를 벗어난 곳에서 완성된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나의 작품은 조금 촌스런 인상을 준다.

김언의 작품은, 작품을 읽고 있다는 생각보다 작품론을 읽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의 시를 볼때는 그의 방법론을 파악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의 논리, 언어를 통해 세계를 집합으로 나누어 이해한다. 그에게는 분류의 욕망이 강하게 작동한다. 여집합의 논리를 통해, 모든 원소들이 어디든 한 군데는 속해있어야 한다. 그러한 원소 중에서 시인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구성요소는 다름 아닌 '나'다. 그런데 나에 대해 서술하는 과정에서, 나를 바라보는 방법이 수시로 교차된다. 육안으로 관찰되는 '나'와 심안으로 사유되는 '나'가 끊임없이 교차된다. 그렇게 나는 전지적 시점에서 나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나의 내면을 독백처럼 읊조리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주체는 복합적으로 구성된 듯이 보인다. 그것이 김언이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분명한 자기만의 창작 방법론이 있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