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스토예프스키의『가난한 사람들』(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나의 러시아 문학은 ‘고리끼’의 작품 『어머니』로부터 시작된다. 그 사이 체홉과 고골이 있었고, 투르게네프와 푸쉬킨도 있다. 그중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는 단연 손에 꼽는 작품이다. 그래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러시아 소설을 접할때마다 발견하게 되는 관습적 표현들에 대한 것이다. 거의 매번, 페치카 위에서 끓고 있는 사모바르가 있었고, 타르 냄새가 진동하는 낡은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두꺼운 외투를 걸쳐입고 무엇인가 정서하고 있는 하급관리가 있었다. 그들은 거의 전형적인 등장 인물군이었다. 

나의 『가난한 사람들』 읽기는 이러한 전제 하에서 시작했다. 이 작품은 가난한 중년의 하급 관리 제부쉬낀이 사랑하는 여자 바르바라와 주고받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고골의 「외투」 속 하급관리,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캐릭터인데, 도스토예프스키의 데뷔 작 『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속 제부쉬낀은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와 달리, 문학적인 구석이 있었다. 다소 허황된 것이긴해도 읽고 쓰는 것에 대해 고민했고, 장황한 편지를 쓸줄 아는 사람이었다. 외투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와 달리, 러시아 하급관리에게 허용된 범주안에서는 질투와 분노를 표현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마지막까지, 그 둘이 무슨 사이인지, 궁금해하면서 읽은 것 외에,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작품에서 경험했던 쫄깃쫄깃한 긴장은 없었다.

대략 15년 전 대학원 입학 당시 받은 장학금으로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집을 구입했다. 당시 나는 이 행동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마치 문학 전공자로서의 포부를 주변인들에게 드러내는 선언과 같은 행동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읽어내지 못한 그의 작품들이 몇권 있다. 15년 전에 산 책을, 그것도 전집의 가장 앞에 놓일법한 데뷔작을 이제야 읽으면서 나의 사라진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 흥청망청 보낸 시간들로 인해서 지금의 나의 시간은 이렇게 빈약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젠장, 내 주위의 모든 사물 속에서 나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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