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장현 첫 시집, 『22: Chae Mi Hee』

장현 시집 『22: Chae Mi Hee』

  문지 시인선 541번.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시집을 읽을 때, 출판사 별로 찾아보는 습관을 버리기가 어렵다. 정말이지, 출판사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어서가 아니다. 분명 어떤 불편함 또는 주저함이 있었음에도 읽고 있는 시집의 대부분은 몇 개의 출판사로 분류가 가능하다.

  장현 시인의 『22: Chae Mi Hee』. 일단 쉽게 익숙해질 수 없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최근 읽은 시집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집. 무엇보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듯한 폭발적 에너지, 그로인한 충격파 등등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듯. “그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이라는 수사적 표현에는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완성’을 향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는 시집. 이 작품집의 시편들은 선형적인 단계를 점유하며 완성태를 향해가기보다는 파편적, 우연적으로 돌출하며 열에서 벗어날 때, 아니 그 벗어남 자체로 매력적인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한 평론가는 그의 개인 블로그에서 이준규 시인의 등장 당시의 기대와 우려를 장현의 등장에서 보게 된다고 적고 있는데 이해가 가는 대목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기대와 우려조차 이미 철지난 명명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미 시를 소비하는 방식이 너무도 변해버린 탓이기도 하다. 시를 쓰는 일보다 기존 등단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도되는 대부분의 새로운 제도들이 더욱 호들갑을 떤다거나 유난스럽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는 항상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으로서 옳다. 다른 무엇보다 그의 시자체만으로 응원한다.

  여기에는 그의 시집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정반대편에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을 하나 적어본다. 

사랑이 많은 주인은 어젯밤 미미를 버렸다

미미는 짖었고 주인은 짖는 미미를 창밖으로 던졌다 그 일로 미미는 다리를 절고 주인 없이 혼자 살아간다 주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하지 않는다

미미는 요리를 해 밥을 먹는다 속까지 따뜻해지는 계란말이와 호박볶음 양배추볶음을 즐겨 먹는다 눈이 다 녹으면 사람들은 책을 버렸는데 미미는 그 책들을 주워 읽었다 눈을 멈추고 눈을 감고 자신이 버려진 이유를 생각하곤 했다

주인은 미미와 닮은 미미와 산책한다 미미와 호텔에도 간다 미미를 꼭 겨안고 내려놓을 생각을 안한다 주인과 미미는 기쁘고 사랑한다

미미는 책에서 ‘죄와 벌’ ‘해와 밤’ ‘죽음’이라는 말을 배웠다 소리 내서 읽고 오래도록 머물렀다 쾅 쾅 집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주인을 닮은 주인들이 창에 눈을 붙이고 안을 살핀다 미미는 오늘 내다 버릴 쓰레기를 내일로 미룬다

어느날 미니는 혼자 밤 산책을 나섰다 미미를 닯은 미미가 다리를 절며 미미를 지나친다 저기서 주인이 걸어온다 팔에는 미미의 미미의 미미의 미미의 미미의 미미의 미미를 닮은 미미가 꼭 안겨 있다 짖으며 주인을 핥는다

미미는 죄와 벌에 대해 생각하다가 자신이 지은 죄가 뭘까 생각했다 미미는 죄와 벌이 자꾸 헷갈린다

- 「내일의 미미」 전문, 『22: Chae Mi Hee』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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