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지노(Casino, 1995) / Martin Scorsese

Casino, 1995

1. 
‘영화’는 무엇이고 ‘영화적’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잘 짜여진 스토리, 탄탄한 서사구조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것만으로 영화를 소설이나 웹툰 등의 다른 장르로부터 변별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의 영화로부터 오는 특정 감정을 설명해내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것이 영화의 작동방식 또는 영화가 구성되는 원리로부터 비롯된 감정인지, 적절하게 배치된 이야기 구조를 통해 촉발된 감정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영화 카지노는 ‘에이스’(로버트 드니로)의 차량이 폭발하는 숏으로 시작된다. 폭발의 충격으로 튀어오른 에이스가 화염 속으로 오래오래 떨어지는 장면을 인트로로 사용할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면이다. 그도그럴 것이 이후 관객들은 자동차에 폭탄을 설치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면서 영화에 동참하게 된다. 에이스와 니키(조 페시)의 나래이션이 번갈아 등장하며 범인추리에 대한 관객들의 참여도는 올라간다. 나는 캐릭터에 공감하거나 몰입하기도 하지만 동의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방식으로 영화에 동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의 꼬임에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오기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넘겨짚어 오판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편과 적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영화가 아니어서 모든 인물에 공감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 공감을 단번에 철회하고 비판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인물간의 전선이 명확하게 형성되지 않는다. 좋아하면서도 싫어하고, 비난하고 욕하면서도 사랑하는 인물들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럼에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음들을 하나하나 풀어냄에 있어 완벽한 복수와 응징과 같이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환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해결되지 않는 감정, 이를테면 ‘한’과 같이 풀리지 않은 감정을 여러개, 여러 등장인물에게 남겨두고 있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다.

3. 
그리고 무엇보다 조 페시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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