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로가가 되기 위해서 이곳 '말이 누웠던 자리'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글을 쓰는 것이 오락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놀이' 처럼 순수한 글쓰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남국재견에 대한 이 글도, 개인의 감상정도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더욱이 영화를 본 시점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오래전의 일이기때문에, 남아 있는 기억을 기록해둔 인상기 정도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영화를 찍고 싶게 만드는 영화
사실 나는 영화를 '서사'라는 범주 안에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것보다는 영화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에 더 관심이 많다. 영화를 영화답게 하는 것은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 속의 몇몇 장면들을 매우 강력한 인력으로 서로를 잡아 당기고 있었고, 또 다른 장면들은 그 결합이 매우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영화 속 장면과 장면의 결합 양상이 꼭 시의 언술 방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숏과 숏의 결합을 통해,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은 소설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시에 가까운 방식이라가 여려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보면, 잠깐의 흥분을 뒤로하고 정말이지, 직접 영화를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것은 마치 처음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