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스키드 / 윤지양(문학과지성사, 2021)

스키드 / 윤지양 (문학과지성사, 2021)

누워 있던 머리빗은
방금 지나온 곳이 꽃집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해바라기는 아직 그곳에 있다

- 「현대미문의 사건」中

쓰는 것은 바나나를 마주하는 것
까먹은 일에 대해 미끄러지는 것
노랗게 질리는 것
하지만 맛있게 우는 것

- 「뮤즐리 그러나」 中


이 지독한 의미의 세계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왜 아직까지 해석되어야 할 어떤 것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내 몸 깊숙히 각인시킨 채로 시를 읽고 있을까. 의도된 아무말은 진짜 아무말일까? 아니면 의식적으로 조합된 아무말일까? 사실 그 어떤 감흥이 있어서도 안된다. 오로지 투명한 개념만 인정될 뿐이다. 이렇게 읽는 것이 맞는 방법일까?

결국 화법이다. 윤지양의 시는 결국 시인의 화법을 이해하는 것으로 수긍하게 된다. 형식을 통해 예술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게 한다. 이것은 꽤나 본질적인 질문인 동시에, 질문을 통해 보여주는 예술론이다. 그래서 모든 시는 저마다 하나의 시론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시 다음에 올 시는 어떤 형식을 취하고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시가 가지고 있는 시만의 유일한 속성을 벗어날수 있을까? 질문 자체가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전제하고 있기에 모순적이라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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