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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시집

[시집] 립싱크 하이웨이 / 박지일(문학과지성사, 2021)

립싱크 하이웨이 / 박지일 (문학과지성사, 2021)

집으로 돌아온 너는 당분간 잠잠해졌어. 잠깐의 외출동안 네가 마주쳤던 눈부신 오징어 뼈 영원한 셔틀콕 땅에서 솟아오르던 아름다운 종려나무를 떠올리며 언니를 집을 박수 소리를 다정하게 대해보려 했지만

- 「부동시」中


박지일 시인의 실험에 동의한다. 

구어의 세계, 문어적 전통의 관습적 문장이 쥐어짜는 감정과 전략적 거리두기!!

립싱크 하이웨이에 수록된 작품들의 배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의 화법은 다양해 보이지만, 크게 두개의 유형으로 분류가 가능해 보인다. (유형을 나누는 것을 싫어하지만) 시적 전략으로서 그의 문체 실험에 해당하는 작품군이 한 부류이며, 구어적 습관으로 자유롭게 늘어놓는 발화가 또 한 부류이다. 하여 같은 시집의 최가은의 평에서 레몽 크노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지일의 시를 읽으면서 나는 일상의 문장이 해체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시간순서 또는 인과의 논리가 해체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양상이다. 조사가 생략되거나 조사의 격을 혼용하는 경우도 다수를 차지한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시제가 뒤죽박죽 섞이기도 한다. 또한 문법상 문제는 없지만, 문장에서 지시하는 내용이 지금까지 현실에서 한번도 재현된 적이 없는 문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