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 신해철 (1990)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 신해철 1990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이 세상 살아가는 이 짧은순간에도
우린 얼마나 서로를 아쉬워 하는지
뒤돌아 바라보면
우린 아주 먼길을 걸어 왔네
조금은 야위어진 그대의 얼굴모습
빗길속을 걸어가며 가슴 아팠네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그런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 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없겠죠
어렵고 또 험한길을 걸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조금은 야위어진 그대의 얼굴모습
빗길속을 걸어가며 가슴 아팠네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그런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 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없겠죠
어렵고 또 험한길을 걸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신해철 솔로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무한궤도 해체이후 이제 막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할 무렵의 신해철의 모습은 그야말로 미소년의 앳된 모습이다. 국민학교 시절, 학년이 올라가면서 나도 유행가 하나 정도는 듣고 따라 불러보고 싶어했었다. 당시 나는 아빠한테 유행가 테이프 하나만 사달라고 부탁을 했고, 아빠는 리어카에서 파는 유행가 모음집 불법 복제 카세트 테잎을 사다주셨다. 우리집에는 CD나 LP를 플레이할 수 있는 전축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나는 카세트 테잎에 만족했다. 그때 아빠가 사주신 테잎에 신해철의 솔로 데뷔곡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가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때 나는 신해철의 음악을 처음들었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는 예쁜 연습장에 노래 가사를 적어두는 것이 유행이었다. 최신곡을 알고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심'을 과시할 수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막 데뷔한 신해철의 노래를 안다는 것은 국민학교 고학년만의 세련된 음악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다. 그것은 마치 '난 너희들과 달라', '내 음악 취향이 좀 세련되긴하지' 하는 식이었다. 물론 당시만해도 나는 20대 초반의 앳된 미소년이 훗날 우리들이 마왕이 될지 알지 못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얼굴이 되었지만, 그게 벌써 30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 한 사람의 추억 또는 기억을 매개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 생각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난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강제로 소환되는 얼굴인 셈이다. 나에게는 이런 얼굴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을 기억하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노력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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