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석류의 빛깔(Цвет граната, 1968)

석류의 빛깔(The Color of Pomegranates, Цвет граната, 1968)

   사실 예술에 대한 요즘 나의 관심사는 전위적인 것에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나는 참 촌스럽다.) 과거 미래파 논쟁에서 이미 논의된 내용이지만, 그래서 철지난 내용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나는 고민한다. 관습적이며, 익숙하게 만들어온 비유에 신물이 나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서로 다른 이미지가 결합할 때의 파열음을 나는 사랑한다. ‘낯섦’이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 나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기에 더욱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나의 예술적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모두 영화 석류의 빛깔에 대한 것이다. 사실상 대사없이 전개되고 있는 영화는 시적인 나래이션(자막으로 기억되는데)과 이미지의 결합(숏과 숏의 연결), 낯선 구도(피사체의 배치)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영화의 정체를 다시 묻게 하는 영화. 서사가 직접 드러나지 않고, 시의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때문이 아니라(이는 이 영화에 한정된 서술이다), 처음부터 영화가 작동하는 방식은 시의 언어가 결합하여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과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미지를 마주했을 때는,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웠다. 그것을 나는 시의 언어로 구현하고 싶은 것인데, 많은 것이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시대에, 언어만으로 표현하는 것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언어가 지면을 벗어나, 디스플레이 위해서 다양한 매체와 결합하며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데 이것이 고민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영화에 대한 생각이라기 보다, 영화에 의한 생각이라고 정리하는 것이 맞다. 영화에 대한 생각은 시간이 좀더 필요할 거 같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관련된 글을 써보고 싶다. 솔직히 관련된 글보다는 이러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