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깊고 거대한 현타

 

나의 반려 식물, 소사나무

아주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에 나는 나무를 심고 있었다. 일산 호수공원 어디쯤에 있었던 화원에서 구입한 어린 묘목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키우던 소사 분재를 봐왔던 터라 낯설지 않은 나무다. 나는 느티나무를 좋아하는데, 왜 그런지 꼭 느티나무와 비슷하게 생각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애착이 가는 녀석. 주변에 하나둘 식물들이 늘어간다.

사실 요즘 나는 생각이 많다.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릇이 작아서 인지 주위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없다. 딱히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닌데, 앞으로 남아 있는 삶이 즐거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처음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중이다. 이렇게 깊고 큰 현타가 온적이 없다. 20대는 나에 대한 강력한 맹신으로 버텨온 듯하다. 그때는 그래도 된다고 여겼던것 같다. 아니 그것이 맹신인지 몰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나는 너무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탈모가 심각하다. 배가 너무 많이 나왔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니, 낯선 사람이 나의 모습에서 매력을 찾기란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다. 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을까?  즐겁고 유쾌하고 수다와 잡담을 나누고 싶은데 잘되지 않는다. 나의 '눈'이 밖을 향해, 다른 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응시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항상 나를 향해 있었고, 나의 내면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나의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아니 내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벌써부터 쓸쓸한 뒤안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 나는 작은 식물들을 하나둘 거두어 화분에 옮겨 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말이 없는 풀과 나무들이 좋았다.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시들고 잎을 떨구어도 되살아났다. 오래 바라보면 풀과 나무에게서도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고, 말을 건네기도 하고 스스로 다짐을 하기도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내가 질문하고 내가 답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혼자서 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답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내가 던진 질문에 답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 매듭이 풀리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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