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 Jr, 1924 버스터 키튼은 찰리 채플린과 함께 무성영화시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배우이자 감독이다. 찰리 채플린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많은 씨네필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배우가 아닐까.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를 보고 있으면, '무성'이라는 말이 영화의 미발달 상태, '초기'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미숙함, 한계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표정과 슬랩스틱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장치로서의 한계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만큼 내용과 형식이 일치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이렇게 초창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이지만 본격적인 형태로 등장하는 것들이 있다. 조금 과장해서 이미 모든 것을 시도해 본 작품들. 그 '본격적 초기작'들은 이후의 작품들을 조용히 구..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 나는 항상 정해진 몇권의 시집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건 나의 출생연도와도 관계가 깊다. 나의 20대가 어떤 시대를 통과하고 있ᅌᅥᆻ으며, 당시의 시인들은 습작기에 어떤 시집들을 주로 읽었는가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좋아하는 시집은 모두 같은 출판사의 시집들이다. 여기에 네권을 추려놓았는데, 모두 문학과지성사의 시집들이다. 내가 해당 출판사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표지디자인의 색과 형식이 모두 동일하다. 이는 100 단위로 나누었을때, 동일한 번호군에 분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13, 16, 32, 80. 그..
The sound of silence (Simon & Garfunkel) The Sounds of Silence(1964) The Sounds of Silence(1966) Live Canadian TV, 1966 The Graduate, 1967 Hotel Costes 7, Trinity FM - "S.O.S. (The Sounds of Silence)" 더보기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Because a vision softly creeping Left its seeds while I was sleeping And the vision that was planted in my brain Still remains Wit..
문지 시인선 541번.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시집을 읽을 때, 출판사 별로 찾아보는 습관을 버리기가 어렵다. 정말이지, 출판사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어서가 아니다. 분명 어떤 불편함 또는 주저함이 있었음에도 읽고 있는 시집의 대부분은 몇 개의 출판사로 분류가 가능하다. 장현 시인의 『22: Chae Mi Hee』. 일단 쉽게 익숙해질 수 없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최근 읽은 시집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집. 무엇보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듯한 폭발적 에너지, 그로인한 충격파 등등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듯. “그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이라는 수사적 표현에는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완성’을 향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는 시집. 이 작품집의 시편들은 선형적인 단계를 점유하며 완성태를 향해가기보다는 ..
사실 예술에 대한 요즘 나의 관심사는 전위적인 것에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나는 참 촌스럽다.) 과거 미래파 논쟁에서 이미 논의된 내용이지만, 그래서 철지난 내용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 나는 고민한다. 관습적이며, 익숙하게 만들어온 비유에 신물이 나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서로 다른 이미지가 결합할 때의 파열음을 나는 사랑한다. ‘낯섦’이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 나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기에 더욱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나의 예술적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모두 영화 석류의 빛깔에 대한 것이다. 사실상 대사없이 전개되고 있는 영화는 시적인 나래이션(자막으로 기억되는데)과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