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키가 작다. 이것은 나의 콤플렉스다. 그래서 가장 서두에, 어떤 수사도 없이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면 그것은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닐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힘주어 적어보았다. 인간은 과거를 쉽게 망각한다고 하는데, '키'와 관련된 나의 콤플렉스는 나의 지난 시간을 구성하는 가장 선명한 기억들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나를 이해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다. 이는 나의 콤플렉스가 지금까지 내 삶에 많은 영향을 행사했음을 의미한다. 삶에 있어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가정하며 아쉬워하는 것이 부질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콤플렉스가 내 삶의 인과관계를 많이 바꾸어 놓았을 것이라 추측하는 일은 그만둘 수가 없다. 이렇게하지 않으면 억울해서 살 수가 없을 ..
나의 반려 식물, 소사나무 아주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에 나는 나무를 심고 있었다. 일산 호수공원 어디쯤에 있었던 화원에서 구입한 어린 묘목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키우던 소사 분재를 봐왔던 터라 낯설지 않은 나무다. 나는 느티나무를 좋아하는데, 왜 그런지 꼭 느티나무와 비슷하게 생각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애착이 가는 녀석. 주변에 하나둘 식물들이 늘어간다. 사실 요즘 나는 생각이 많다.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릇이 작아서 인지 주위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없다. 딱히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닌데, 앞으로 남아 있는 삶이 즐거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처음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중이다. 이렇게 깊고 큰 현타가 온적이 없다. 20대는 나에 대한 ..
무서운 질문이다. 가장 최초의 질문이며,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되는 질문, 하나의 문장으로 모든 것을 환기시키는 질문. 정체를 묻고 있는 정적인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천을 요구하는 역동적인 질문! 환상을 깨고 날것을 호명하는 질문, 강력한 명령문. 나는 주로 힐링과 위로의 담론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경험했다. 그것은 주로 나의 외부에서 나를 향한 질문이었다. 나에게 그것은 특정 교육과정이나 마케팅 차원에서 유통되는 광고 카피같은 문구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의 환상을 박살내는 잔인한 질문이 되었다. 내가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을 때, 나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질문이었다. 벽을 마주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찌질한 나의 모습을 확인했을 때, 탄..
사실 나는 욕을 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크게 소리를 질러 본 적이 없다. 욕은 더더둑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분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운전을 하거나 샤워를 할때면, 나의 분노는 알수 없는 대상을 향해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인가?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서, 아무도 듣지 못하는 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경우에도 욕이 성립되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보여도 내 속에는 오염되고 뒤틀린 심사로 가득하다. 밀폐된 상태로 내면에 차곡차곡 눌러놓다 보니, 유해가스가 진동하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입술이 자주트고, 양치할때마다 잇몸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